위스키 수입량이 2년 사이 26% 줄었습니다. 그런데 1톤당 값은 계속 올랐습니다. 싸게 많이 팔리던 시장이 비싸게 조금 팔리는 쪽으로 옮겨 가는 중입니다.
화이트홀스는 그 시장에 편의점 13,900원짜리로 들어왔습니다. 광고에서 내세운 것은 양이 아니라 ‘제대로 된 한 잔’입니다.
가격은 입문가인데 메시지는 그 위를 봅니다. 이 간격은 무엇으로 메울 수 있을까요.
목차
위스키 시장, 지금 어떤가요?
- 수입량이 26% 줄었는데 값은 왜 올랐을까요?
- 줄어드는 칸에 13,900원으로 들어온 이유
- 일본을 근거로 세웠다
광고가 꺼낸 장치
- 바에 백마가 앉아 있다? 브랜드 이름이 화이트홀스입니다
- 왜 결론을 먼저 보여줬을까요?
이제 오프라인으로 옮겨 볼까요
- 술집보다 편의점 진열대를 먼저 봐야 합니다
- 화면 밖에서는 무엇이 남나요?
수입량은 26% 줄었는데 값은 왜 올랐을까요?
국내 위스키 수입량은 2023년 3만 586톤에서 2025년 2만 2,581톤으로 내려왔습니다. 2년 사이 26.2% 줄어든 것입니다.
국내 위스키 수입량
| 2023년 | | 30,586t |
| 2024년 | | 27,441t |
| 2025년 | | 22,581t |
2년 사이 26.2% 줄었습니다. 같은 기간 1톤당 수입액은 2024년 7.1%, 2025년 10.5% 올랐습니다.
그런데 1톤당 수입액은 반대로 움직였습니다. 2024년에 7.1%, 2025년에 10.5% 올랐습니다. 들여오는 양은 줄었는데 한 병당 값은 비싸졌다는 뜻입니다.
이 흐름의 앞자리에는 급격한 팽창이 있었습니다. 위스키 수입액은 2020년 1억 3,246만 달러에서 2022년 2억 6,684만 달러로 2년 만에 두 배가 됐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 2년 연속 줄었습니다. 붐이 한 번 지나간 시장이라는 뜻입니다.
이 두 방향이 말해 주는 것은 시장의 무게중심이 옮겨 갔다는 사실입니다. 몇 년 전 위스키 수입이 두 배로 불어난 것은 하이볼 덕이었습니다. 값싼 블렌디드 위스키를 탄산수에 타 마시는 방식이 퍼지면서 물량이 밀려 들어왔죠.
지금은 그 물량이 빠지는 자리에 싱글몰트와 고가 제품을 찾는 소비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하이볼로 위스키에 입문한 사람들이 다음 단계로 넘어간 결과로 읽힙니다.
줄어드는 칸에 13,900원으로 들어온 이유
화이트홀스가 국내에 정식 출시된 것은 2026년 4월입니다. 편의점에서 13,900원 수준에 팔립니다.
| 화이트홀스 | 조건 |
| 국내 출시 | 2026년 4월 |
| 편의점 가격 | 13,900원 수준 |
| 용량·도수 | 750ml · 40도 |
| 유통 | GS25 · CU · 세븐일레븐 등 |
디아지오코리아가 국내에 정식 출시했습니다. 라가불린 증류소 원액을 중심으로 만든 블렌디드 스카치 위스키입니다.
가격만 보면 이 제품이 선 자리는 분명합니다. 하이볼용 저가 위스키 칸입니다. 앞에서 본 시장 흐름에서는 빠지고 있는 쪽이죠.
다만 이 자리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물량이 줄었다고 해서 하이볼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입문자가 고가로 옮겨 간 만큼 그 아래 칸은 새로 채워야 합니다. 그리고 편의점 진열대는 위스키를 처음 집어 보는 사람이 가장 많이 지나가는 자리입니다.
문제는 이 칸에 이미 여러 브랜드가 있다는 점입니다. 편의점 위스키 진열대는 1만 원대 후반을 넘지 않는 제품들이 몇 병씩 나란히 서 있는 구조입니다. 값으로는 구별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 칸의 소비자는 위스키를 잘 아는 사람이 아닙니다. 증류소 이름이나 숙성 연수를 근거로 고르지 않죠. 그러면 남는 것은 이름과 인상입니다. 광고가 풀어야 하는 문제도 여기서 정해집니다.
일본을 근거로 세웠다
여기서 이 브랜드가 꺼낸 첫 카드는 다른 나라의 성적입니다. 광고 마지막 화면에 ‘일본 판매 1위 스카치 위스키’라는 문구가 붙습니다.

국내에는 없는 실적을 어디서 가져왔나
한국 2026년 4월에 들어온 신규 브랜드 국내 판매 이력이 없어 내세울 숫자가 없다 | 일본 스카치 위스키 판매 1위 하이볼 문화가 이미 자리 잡은 시장의 1위라는 사실을 그대로 가져왔다 |
화면 하단 각주는 ‘2025년 IWSR 일본 국내 판매량 기준’입니다.
국내에 막 들어온 브랜드는 내세울 국내 숫자가 없습니다. 그래서 하이볼 문화가 먼저 자리 잡은 시장의 1위라는 사실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한국 소비자에게 일본의 하이볼은 이미 익숙한 참조점이라 설명이 짧아집니다.
광고의 배경도 그 참조점을 따릅니다. 목조 인테리어와 종이 등불, 그리고 마지막 제품 컷에 함께 놓인 새우튀김. 창밖으로는 남산타워가 보이는데 실내는 일본식 선술집입니다. 마시는 장소는 서울이고 마시는 방식은 일본에서 가져왔다는 배치입니다.
바에 백마가 앉아 있다? 브랜드 이름이 화이트홀스입니다

광고가 시작되면 바 안쪽이 보입니다. 붉은 원피스를 입은 인물이 바 의자에 앉아 하이볼을 마시고 있는데, 허리 아래가 백마입니다. 말의 몸통과 꼬리가 그대로 화면 절반을 차지합니다.
이 설정은 브랜드 이름에서 곧바로 나옵니다. 화이트홀스, 백마입니다. 천장에 달린 종이 등불과 벽에 걸린 액자에도 같은 말 그림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름이 그림이고, 그 그림을 공간과 등장인물에 동시에 심었습니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흰 옷을 입은 인물이 파란 칵테일 두 잔을 들고 다가옵니다. 말의 뒷다리가 들리고, 다음 컷에서 그는 사라집니다. 오른쪽 벽에 큰 구멍이 뚫리고 바닥에 깨진 파란 유리가 남습니다.
장면 자체는 웃기려고 만든 것입니다. 다만 무엇을 걷어냈는지는 눈여겨볼 만합니다. 날아간 것은 칵테일입니다. 다른 술을 권하는 손을 물리치고 하이볼 잔은 그대로 든 채 앉아 있죠. 마지막 제품 컷의 창밖에 그 인물의 실루엣이 작게 남아 있습니다.
왜 결론을 먼저 보여줬을까요?

이 광고의 카피는 세 줄인데, 화면에 나타나는 순서가 거꾸로입니다. 처음 뜨는 것은 마지막 줄인 ‘그녀는 말술이다’입니다. 그다음 위에 ‘제대로 된 하이볼 한 잔의’가 붙고, 마지막에 ‘풍미를 즐길 줄 아는’이 올라옵니다.
완성된 문장은 위에서 아래로 읽습니다. 풍미를 즐길 줄 아는, 제대로 된 하이볼 한 잔의, 그녀는 말술이다.
이 순서에 의도가 보입니다. ‘말술’은 보통 많이 마시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 단어를 먼저 던지면 보는 사람은 그 뜻으로 읽습니다. 그리고 조건절이 위에 붙으면서 뜻이 바뀝니다. 많이 마시는 사람이 아니라 한 잔을 제대로 즐기는 사람이 됩니다.
이 뒤집기가 필요했던 이유는 앞 섹션에 있습니다. 이 제품은 값으로는 저가 하이볼 칸에 있지만 메시지로는 그 위를 봐야 합니다. ‘말술’이라는 센 단어의 힘은 가져오면서 뜻은 ‘한 잔’으로 돌려놓는 방식이죠.
주류 광고가 놓인 조건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화면 하단에는 책임 음주 안내와 경고 문구가 처음부터 끝까지 표기돼 있습니다. 많이 마시라고 말할 수 없는 자리에서 폭음을 연상시키는 단어를 쓰려면 뒤집는 수밖에 없습니다.
술집보다 편의점 진열대를 먼저 봐야 합니다
그러면 이 캠페인을 화면 밖에서 어떻게 이어 갈까요? 이 제품은 사는 자리와 마시는 자리가 붙어 있습니다.
이 제품이 팔리는 두 자리
사는 자리 편의점 진열대 앞 13,900원은 비교해 보고 고르는 금액이다. 옆 칸에 다른 위스키가 함께 놓인다 | 마시는 자리 집 · 이자카야 · 늦은 저녁 광고가 그린 장면. 안주와 함께 한 잔으로 마시는 시간 |
13,900원은 계획해서 사는 금액이 아니지만 아무 생각 없이 집는 금액도 아닙니다. 진열대 앞에서 옆 칸과 비교하는 정도의 값이죠. 결정이 매장 안에서 일어나는 카테고리라면 매장에 닿기 전 몇 걸음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 제품은 혼자 팔리지 않습니다. 광고의 제품 컷에도 잔과 안주가 함께 놓여 있었습니다. 편의점에서 위스키를 집는 사람은 탄산수와 안주를 같이 담습니다. 한 병이 아니라 한 바구니가 팔리는 구조라면, 매장에 들어서기 전에 이미 무엇을 마실지 정해져 있어야 합니다.
그 몇 걸음은 대체로 생활권 안쪽입니다. 퇴근길과 집 근처 동선에 붙은 매체가 이 제품과 문맥이 겹칩니다. 광고가 그린 시간도 늦은 저녁이었습니다.
시간대도 좁혀집니다. 편의점에서 위스키를 집는 시간은 낮이 아니라 저녁 이후입니다. 광고가 그린 장면도 창밖이 어두운 시간이었습니다. 같은 자리라도 노출이 저녁에 몰려야 결정과 겹칩니다.
술집이 모인 상권도 후보가 됩니다. 다만 성격이 다릅니다. 그 자리에서는 제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이름을 익히는 일이 벌어집니다. 메뉴판에서 처음 보는 위스키를 고르는 사람은 드물지만, 어디서 본 이름이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화면 밖에서는 무엇이 남나요?
무엇을 가져갈지는 이 광고에 답이 나와 있습니다.
화면 밖으로 옮길 때 살아남는 것
옮겨진다 백마와 노란 글씨 ‘말술’ 브랜드 이름이 그림이라 글자를 읽지 않아도 알아본다 | 옮겨지지 않는다 세 줄로 쌓이는 카피 순서대로 읽어야 뜻이 뒤집힌다. 지나가며 보는 곳에서는 첫 줄만 남는다 |
이 브랜드의 이점은 이름이 곧 그림이라는 점입니다. 백마 한 마리만 있으면 브랜드가 성립합니다. 제품명을 읽지 않아도, 병을 보여주지 않아도 알아볼 수 있는 브랜드는 흔하지 않습니다. 이미 광고가 등불과 액자와 등장인물에까지 그 그림을 심어 두었습니다.
반대로 옮겨지지 않는 것은 세 줄 카피입니다. 이 장치는 순서대로 읽어야 뜻이 뒤집힙니다. 읽는 시간을 확보할 수 없는 자리에서는 첫 줄만 남고, 첫 줄만 남으면 뒤집기 전의 뜻으로 읽힙니다. 뒤집으려고 만든 장치가 반대로 작동하는 셈이죠.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이 브랜드는 국내에서 이름 자체가 처음입니다. 처음 듣는 이름은 한 번 봐서는 남지 않습니다. 같은 예산이라면 여러 곳에 한 번씩 걸기보다 한 동선에서 여러 번 마주치게 하는 쪽이 유리합니다. 편의점으로 향하는 길이 매일 같다는 점이 여기서 도움이 됩니다.
그러니 화면 밖으로 옮길 때는 카피를 줄이는 쪽이 맞습니다. 백마와 하이볼 잔, 그리고 이름 하나면 충분합니다. ‘말술’의 재정의는 긴 호흡이 확보되는 자리에 남겨 두는 편이 낫습니다.
값으로는 저가 칸에 들어왔는데 메시지로는 그 위를 봐야 하는 브랜드가, 브랜드 이름을 그대로 몸으로 만들고 폭음을 뜻하는 단어를 한 잔으로 돌려놓았습니다.
이름이 그림인 브랜드는 설명이 짧아도 됩니다. 다만 그 이점은 읽을 시간이 없는 자리에서만 온전히 살아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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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TVCF - 광고 원본(15초), 장면 구성·자막·각주 및 하단 고지 표기
· 국내 위스키 수입량 및 1톤당 수입액 추이(2023~2025), 시장 양극화 - 언론 보도
· 화이트홀스 국내 출시 시점·가격·용량·도수·유통 채널·원액 구성 - 디아지오코리아 발표 및 언론 보도
· 일본 스카치 위스키 판매 1위 - 광고 각주 표기(2025년 IWSR 일본 국내 판매량 기준)
수입 통계는 보도된 수치이며 집계 기준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가격은 편의점 판매가로 매장별 차이가 있습니다. 기획 의도에 관한 서술은 공개된 자료와 광고 원본에서 도출한 해석이며, 브랜드가 밝힌 공식 설명이 아닙니다.
수입량은 26% 줄었는데 값은 왜 올랐을까요?
국내 위스키 수입량은 2023년 3만 586톤에서 2025년 2만 2,581톤으로 내려왔습니다. 2년 사이 26.2% 줄어든 것입니다.
2년 사이 26.2% 줄었습니다. 같은 기간 1톤당 수입액은 2024년 7.1%, 2025년 10.5% 올랐습니다.
그런데 1톤당 수입액은 반대로 움직였습니다. 2024년에 7.1%, 2025년에 10.5% 올랐습니다. 들여오는 양은 줄었는데 한 병당 값은 비싸졌다는 뜻입니다.
이 흐름의 앞자리에는 급격한 팽창이 있었습니다. 위스키 수입액은 2020년 1억 3,246만 달러에서 2022년 2억 6,684만 달러로 2년 만에 두 배가 됐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 2년 연속 줄었습니다. 붐이 한 번 지나간 시장이라는 뜻입니다.
이 두 방향이 말해 주는 것은 시장의 무게중심이 옮겨 갔다는 사실입니다. 몇 년 전 위스키 수입이 두 배로 불어난 것은 하이볼 덕이었습니다. 값싼 블렌디드 위스키를 탄산수에 타 마시는 방식이 퍼지면서 물량이 밀려 들어왔죠.
지금은 그 물량이 빠지는 자리에 싱글몰트와 고가 제품을 찾는 소비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하이볼로 위스키에 입문한 사람들이 다음 단계로 넘어간 결과로 읽힙니다.
줄어드는 칸에 13,900원으로 들어온 이유
화이트홀스가 국내에 정식 출시된 것은 2026년 4월입니다. 편의점에서 13,900원 수준에 팔립니다.
디아지오코리아가 국내에 정식 출시했습니다. 라가불린 증류소 원액을 중심으로 만든 블렌디드 스카치 위스키입니다.
가격만 보면 이 제품이 선 자리는 분명합니다. 하이볼용 저가 위스키 칸입니다. 앞에서 본 시장 흐름에서는 빠지고 있는 쪽이죠.
다만 이 자리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물량이 줄었다고 해서 하이볼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입문자가 고가로 옮겨 간 만큼 그 아래 칸은 새로 채워야 합니다. 그리고 편의점 진열대는 위스키를 처음 집어 보는 사람이 가장 많이 지나가는 자리입니다.
문제는 이 칸에 이미 여러 브랜드가 있다는 점입니다. 편의점 위스키 진열대는 1만 원대 후반을 넘지 않는 제품들이 몇 병씩 나란히 서 있는 구조입니다. 값으로는 구별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 칸의 소비자는 위스키를 잘 아는 사람이 아닙니다. 증류소 이름이나 숙성 연수를 근거로 고르지 않죠. 그러면 남는 것은 이름과 인상입니다. 광고가 풀어야 하는 문제도 여기서 정해집니다.
일본을 근거로 세웠다
여기서 이 브랜드가 꺼낸 첫 카드는 다른 나라의 성적입니다. 광고 마지막 화면에 ‘일본 판매 1위 스카치 위스키’라는 문구가 붙습니다.
화면 하단 각주는 ‘2025년 IWSR 일본 국내 판매량 기준’입니다.
국내에 막 들어온 브랜드는 내세울 국내 숫자가 없습니다. 그래서 하이볼 문화가 먼저 자리 잡은 시장의 1위라는 사실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한국 소비자에게 일본의 하이볼은 이미 익숙한 참조점이라 설명이 짧아집니다.
광고의 배경도 그 참조점을 따릅니다. 목조 인테리어와 종이 등불, 그리고 마지막 제품 컷에 함께 놓인 새우튀김. 창밖으로는 남산타워가 보이는데 실내는 일본식 선술집입니다. 마시는 장소는 서울이고 마시는 방식은 일본에서 가져왔다는 배치입니다.
바에 백마가 앉아 있다? 브랜드 이름이 화이트홀스입니다
광고가 시작되면 바 안쪽이 보입니다. 붉은 원피스를 입은 인물이 바 의자에 앉아 하이볼을 마시고 있는데, 허리 아래가 백마입니다. 말의 몸통과 꼬리가 그대로 화면 절반을 차지합니다.
이 설정은 브랜드 이름에서 곧바로 나옵니다. 화이트홀스, 백마입니다. 천장에 달린 종이 등불과 벽에 걸린 액자에도 같은 말 그림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름이 그림이고, 그 그림을 공간과 등장인물에 동시에 심었습니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흰 옷을 입은 인물이 파란 칵테일 두 잔을 들고 다가옵니다. 말의 뒷다리가 들리고, 다음 컷에서 그는 사라집니다. 오른쪽 벽에 큰 구멍이 뚫리고 바닥에 깨진 파란 유리가 남습니다.
장면 자체는 웃기려고 만든 것입니다. 다만 무엇을 걷어냈는지는 눈여겨볼 만합니다. 날아간 것은 칵테일입니다. 다른 술을 권하는 손을 물리치고 하이볼 잔은 그대로 든 채 앉아 있죠. 마지막 제품 컷의 창밖에 그 인물의 실루엣이 작게 남아 있습니다.
왜 결론을 먼저 보여줬을까요?
이 광고의 카피는 세 줄인데, 화면에 나타나는 순서가 거꾸로입니다. 처음 뜨는 것은 마지막 줄인 ‘그녀는 말술이다’입니다. 그다음 위에 ‘제대로 된 하이볼 한 잔의’가 붙고, 마지막에 ‘풍미를 즐길 줄 아는’이 올라옵니다.
완성된 문장은 위에서 아래로 읽습니다. 풍미를 즐길 줄 아는, 제대로 된 하이볼 한 잔의, 그녀는 말술이다.
이 순서에 의도가 보입니다. ‘말술’은 보통 많이 마시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 단어를 먼저 던지면 보는 사람은 그 뜻으로 읽습니다. 그리고 조건절이 위에 붙으면서 뜻이 바뀝니다. 많이 마시는 사람이 아니라 한 잔을 제대로 즐기는 사람이 됩니다.
이 뒤집기가 필요했던 이유는 앞 섹션에 있습니다. 이 제품은 값으로는 저가 하이볼 칸에 있지만 메시지로는 그 위를 봐야 합니다. ‘말술’이라는 센 단어의 힘은 가져오면서 뜻은 ‘한 잔’으로 돌려놓는 방식이죠.
주류 광고가 놓인 조건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화면 하단에는 책임 음주 안내와 경고 문구가 처음부터 끝까지 표기돼 있습니다. 많이 마시라고 말할 수 없는 자리에서 폭음을 연상시키는 단어를 쓰려면 뒤집는 수밖에 없습니다.
술집보다 편의점 진열대를 먼저 봐야 합니다
그러면 이 캠페인을 화면 밖에서 어떻게 이어 갈까요? 이 제품은 사는 자리와 마시는 자리가 붙어 있습니다.
13,900원은 계획해서 사는 금액이 아니지만 아무 생각 없이 집는 금액도 아닙니다. 진열대 앞에서 옆 칸과 비교하는 정도의 값이죠. 결정이 매장 안에서 일어나는 카테고리라면 매장에 닿기 전 몇 걸음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 제품은 혼자 팔리지 않습니다. 광고의 제품 컷에도 잔과 안주가 함께 놓여 있었습니다. 편의점에서 위스키를 집는 사람은 탄산수와 안주를 같이 담습니다. 한 병이 아니라 한 바구니가 팔리는 구조라면, 매장에 들어서기 전에 이미 무엇을 마실지 정해져 있어야 합니다.
그 몇 걸음은 대체로 생활권 안쪽입니다. 퇴근길과 집 근처 동선에 붙은 매체가 이 제품과 문맥이 겹칩니다. 광고가 그린 시간도 늦은 저녁이었습니다.
시간대도 좁혀집니다. 편의점에서 위스키를 집는 시간은 낮이 아니라 저녁 이후입니다. 광고가 그린 장면도 창밖이 어두운 시간이었습니다. 같은 자리라도 노출이 저녁에 몰려야 결정과 겹칩니다.
술집이 모인 상권도 후보가 됩니다. 다만 성격이 다릅니다. 그 자리에서는 제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이름을 익히는 일이 벌어집니다. 메뉴판에서 처음 보는 위스키를 고르는 사람은 드물지만, 어디서 본 이름이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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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브랜드의 이점은 이름이 곧 그림이라는 점입니다. 백마 한 마리만 있으면 브랜드가 성립합니다. 제품명을 읽지 않아도, 병을 보여주지 않아도 알아볼 수 있는 브랜드는 흔하지 않습니다. 이미 광고가 등불과 액자와 등장인물에까지 그 그림을 심어 두었습니다.
반대로 옮겨지지 않는 것은 세 줄 카피입니다. 이 장치는 순서대로 읽어야 뜻이 뒤집힙니다. 읽는 시간을 확보할 수 없는 자리에서는 첫 줄만 남고, 첫 줄만 남으면 뒤집기 전의 뜻으로 읽힙니다. 뒤집으려고 만든 장치가 반대로 작동하는 셈이죠.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이 브랜드는 국내에서 이름 자체가 처음입니다. 처음 듣는 이름은 한 번 봐서는 남지 않습니다. 같은 예산이라면 여러 곳에 한 번씩 걸기보다 한 동선에서 여러 번 마주치게 하는 쪽이 유리합니다. 편의점으로 향하는 길이 매일 같다는 점이 여기서 도움이 됩니다.
그러니 화면 밖으로 옮길 때는 카피를 줄이는 쪽이 맞습니다. 백마와 하이볼 잔, 그리고 이름 하나면 충분합니다. ‘말술’의 재정의는 긴 호흡이 확보되는 자리에 남겨 두는 편이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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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스카치 위스키 판매 1위 - 광고 각주 표기(2025년 IWSR 일본 국내 판매량 기준)
수입 통계는 보도된 수치이며 집계 기준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가격은 편의점 판매가로 매장별 차이가 있습니다. 기획 의도에 관한 서술은 공개된 자료와 광고 원본에서 도출한 해석이며, 브랜드가 밝힌 공식 설명이 아닙니다.